여름 수트는 다른 계절에 입는 수트와 실루엣은 비슷하지만 일반적으로 색상과 소재는 더 가볍고 통풍성이 좋아야 한다. 안감이 부분적으로 있거나 아예 없는 수트도 여름에는 필요하겠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재킷 주머니가 겉으로 드러난 패치 포켓도 여름 수트에는 어울린다. 전통적인 여름용 소재는 면(시어서커, 포플린, 개버딘)과 리넨인데, 리넨은 잠시 입어도 잘 구겨져 습도가 높지 않은 이탈리아가 아니라면 비즈니스 수트론 잘 입지 않는다. 중간톤의 네이비 싱글 면 수트나 하늘색 스트라이프 시어서커 수트는 유행을 타지 않고,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름용으로 갖추어둘 만하다.
울 수트는 1년 내내 입을 수 있다. 얇은 울 소재 수트라면 여름에도 문제가 안 되므로 유럽의 클래식 수트 브랜드들은 일교차를 고려해 가벼운 캐시미어 재킷을 출시하기도 한다.
수트에 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생각해보시라. 왜 수트였을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옷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으며, 현대인의 삶을 생각한다면 티셔츠와 청바지처럼 간편한 복장도 많은데 왜 모든 남자들은 중요한 순간에 셔츠와 구두까지 두루 챙겨야 하는 수트를 입는 것일까. 군복으로부터 진화한 특성이나 근대 영국 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도 유추되지만, 매우 현실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수트만큼 남자의 체형을 입체적으로 보정해주는 옷이 없기 때문이다. 니트나 티셔츠는 현실의 몸을 그대로 드러낼 뿐, 무언가를 개선한다는 미덕이 없다. 하지만 수트는 다른 변화 없이 오직 복장을 통해서 키가 커 보이도록 혹은 더 슬림해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현대의 마법이다.
수트는 남자의 두 번째 피부
수트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수트가 남자의 또 다른 피부와 같아야 한다는 본질을 생각하면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의 종류나 가격표보다는 결국 얼마나 인체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가 우선 순위가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유서 깊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그것을 입는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으면 도리가 없는 일이며, 럭셔리 매장에서 당당한 위용을 뿜어내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 브랜드라 하더라도 남자의 모든 체형에 만능인 것도 아니다. 특히 옷이나 액세서리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브랜드의 네임 밸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지만, 남성들은 오히려 브랜드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정한 브랜드가 제시하는 정형화된 실루엣보다는 자신의 신체 비율이나 체형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옷을 잘 입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트는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감싸는지, 그러면서도 내 신체적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주는지를 따져서 구입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트의 디테일들을 차분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생각해야 할 중요한 디테일, 어깨
수트의 품질에서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어깨다. 어깨의 맞음새는 수트를 입은 사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며, 옷을 입은 후 움직임이 가장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수트의 착용감 역시 그곳에 답이 있다. 실제 어깨보다 수트가 크면 백퍼센트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모습이거나 혹은 머리가 비율에 맞지 않게 작아 보일 것이다. 반대로 어깨가 너무 좁으면 움직임도 불편하지만 공연히 머리가 더 커 보이게 마련이다. 이처럼 어깨는 착용감과 분위기가 동시에 피드백 되는 지점인 것이다. 그러므로 수트의 암홀(armhole, 어깨와 소매가 닿는 곳의 폭과 넓이)은 특정 수트의 평균적인 퀄리티를 그대로 보여주는 기준이다. 잘 만들어진 수트의 암홀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몸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기능하며, 가능한 겨드랑이에 가깝도록 높게 위치하고 있다. 사람은 매장의 마네킹처럼 옷을 입고서 가만히 서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착용감이란 수트를 걸쳐보는 그 순간이 아니라, 입은 후 팔을 움직여보면서 비로서 느끼게 된다. 이 때 암홀이 높게 위치하고 있다면 팔을 움직여도 재킷의 몸판이 따라서 휘둘리지 않는다. 반대로 암홀이 넓고 낮게 만들진 재킷이라면 팔을 넣을 땐 쉬울지 모르지만, 움직이기만 하면 재킷의 서로 다른 부분들이 간섭하면서 몸을 구속하게 된다. 브랜드나 디테일의 화려한 모습에 속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