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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글 브레스티드와 더블 브레스티드의 뚜렷한 차이
    옷의 구조, 함께 하는 제품들의 디테일, 착용한 후의 이미지 등에서 글글 브레스티드와 더블 브레스티드가 풍기는 분위기는 뚜렷이 구분된다. 수트나 재킷의 베이직이라고 할 만한 노치드 라펠(notched lapel, 케이크를 부드럽게 잘라낸 듯 수트의 깃과 라펠이 연결되는 부분이 V자형으로 벌어진 테일러드형)이 달린 싱글 브레스티드는 언제 어디서나 침착해 보인다. 그래서 수트나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하면 일단 싱글로 출발하며, 버튼의 수와 패턴으로 변화는 주지만 스테디셀러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따라서 싱글 브레스티드 수트는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보다 더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다. 관홍상제나 비즈니스를 위한 수트의 기능도 기본이지만, 재킷과 다른 팬츠를 적절하게 코디하면 조금은 캐우절한 느낌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는 날카로운 라인과 넓고 두툼한 어깨, 피크드 라펠(peaked lapel, 깃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라펠로 예복에서 유래되었다) 때문에 싱글 브레스티드보다 격식을 갖춘 느낌을 준다.

    더블 브레스티드의 매력
    여전히 남자들은 수트든 재킷이든 싱글 브레스티드를 선호한다. 그들이 더블 브레스티드에 대한 거부감을 가졌다기보다, 수트를 심각하게 다루는 브랜드조차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서 싱글이 압도적이며, 무엇보다 소비자로서 싱글은 더블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참고할 만한 사례들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더블은 희소하면서 동시에 매력적으로 입을 수 있는 복장이기도 하다. 특히 더블은 구조나 디테일의 변화가 많지 않아 옷에 새겨지는 시간의 흐름이 매우 완만하다. 유행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다고 할까. 워낙 큰 변화가 없다는 남성복이지만, 그래도 싱글은 버튼의 수나 라펠의 넓이 혹은 고지선의 높이 등과 같은 디테일의 변화를 통해 시대별로 자기주장을 드러낸다. 즉, 클래식이든 디자이너의 제품이든 싱글이라는 모체를 개성적으로 변형시킬 방법이 많으며, 그것을 소화해내는 개인들의 취향도 다양해진 상태다. 하지만 더블은 오래전 모델을 다시 입어도 큰 문제가 없을 만큼 일관된 모습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투자 가치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더블을 제대로 입기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다. 싱글보다 옷감의 총량이 15~20퍼센트 정도 많이 들어 장식성이 증가하고, 크기와 각도에서 싱글과 확연히 구별되는 피크드 라펠이 엄숙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또 더블을 수트로 입는 경우엔 주로 각도가 넓은 와이드 스프레드(wide spread, 이탈리아의 멋스러움을 가진 디자인의 칼라로서 양쪽 칼라 각도가 120도~160도를 유지하는, 매우 드레시한 느낌의 셔츠) 드레스 셔츠를 선택하고(특히 버튼다운 셔츠는 더블과 어울리지 않는다), 계절에 상관없이 안감이 있는 재킷에 사이드 벤트, 그리고 앉아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버튼을 쉽게 풀지 않는다는 전통까지 있다. 이처럼 옷에 원칙이 많은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기보단, 지킬 것을 지킬수록 품위를 얻게 되는 남성복의 철학으로 여기면 더블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괜히 더블이 싱글에 비해 드레시한 것이 아니라, 입는 사람의 자세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옷차림 전체에 어떤 각오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복장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것이다.
    스리피스 수트의 전통
    싱글 수트에 베스트를 더하는 스리피스 수트는 수트라는 형식 중에서 가장 드레시하고 정중한 형식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결혼식이나 파티 같은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리는 수트로 여겨진다. 상하의가 한 벌로 된 세트라는 의미의 수트는 전통과 법칙을 중시하는 영국적인 산물이지만, 스리피스 수트의 핵심이 되는 베스트는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아이템으로 보수적인 수트에 부드러운 입체감을 부여해주는 매력으로 영국 귀족들을 매료시켰다. 이 스리피스 수트는 1860년에 이미 모든 귀족들의 대표적인 복장으로 자리 잡았으며, 당시에는 라운지 수트(lounge suit)라고 지칭되었다. 오늘날 라운지 뮤직이라는 장르에서 유추되듯, 라운지란 귀족 계급들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여유를 가지고 즐기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라운지 수트느 엄격한 자리에서 입는 포멀한 프록코트(frock coat, 블랙 컬러의 상의로서 무릎을 덮을 정도로 길이가 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후에 이 프록코트는 예복의 대표적인 복식인 연미복으로 진화하고, 스리피스 수트가 현대적인 의미에서 포멀의 대표로 자리잡게 된다. 정리하면 남자의 복식 중에 가장 엄격한 의미를 가진 것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입는 연미복이나 예복으로서의 턱시도, 그 예복으로부터 힘을 뺀 포멀한 옷이 스리피스 수트, 다시 여기서 베스트를 생각한 싱글이 일반적인 비즈니스 정장이다.
    그러므로 연미복이나 턱시도를 입는 경우가 드문 현재 비즈니스맨의 옷차림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포멀을 표현하는 것은 스리피스 수트라고 하겠다. 물론 포멀한 느낌의 스리피스 수트가 일반적인 투피스 수트로 진화한 것은 옷차림을 실용적으로 해석하기에 남달랐던 미국인들의 역할이 크다. 더운 날씨를 참지 못하는 리조트 지역의 미국인들은 스리피스 수트 차림에서 베스트를 벗어버리고 대신 셔츠에 주머니를 달기 시작했다. 베스트 주머니에 담겨 있던 담배, 성냥, 회중시계 같은 소품들을 셔츠 주머니에 옮겨 넣기 위해서였다. 최초의 옷차림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각색하는 것을 굳이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미국식 실용주의란 어쩐지 복식의 법칙들을 너무 캐주얼하게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날씨보다는 품위를 더욱 중시하는 유럽인들이 여전히 스리피스 수트를 통해서 포멀을 표현하고, 그 수트에 정확히 맞추어진 드레스 셔츠에는 주머니를 달지 않았던 것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
    여름에 어울리는 클래식 수트
    여름 수트는 다른 계절에 입는 수트와 실루엣은 비슷하지만 일반적으로 색상과 소재는 더 가볍고 통풍성이 좋아야 한다. 안감이 부분적으로 있거나 아예 없는 수트도 여름에는 필요하겠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재킷 주머니가 겉으로 드러난 패치 포켓도 여름 수트에는 어울린다. 전통적인 여름용 소재는 면(시어서커, 포플린, 개버딘)과 리넨인데, 리넨은 잠시 입어도 잘 구겨져 습도가 높지 않은 이탈리아가 아니라면 비즈니스 수트론 잘 입지 않는다. 중간톤의 네이비 싱글 면 수트나 하늘색 스트라이프 시어서커 수트는 유행을 타지 않고,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름용으로 갖추어둘 만하다.
    울 수트는 1년 내내 입을 수 있다. 얇은 울 소재 수트라면 여름에도 문제가 안 되므로 유럽의 클래식 수트 브랜드들은 일교차를 고려해 가벼운 캐시미어 재킷을 출시하기도 한다.
    수트에 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생각해보시라. 왜 수트였을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옷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으며, 현대인의 삶을 생각한다면 티셔츠와 청바지처럼 간편한 복장도 많은데 왜 모든 남자들은 중요한 순간에 셔츠와 구두까지 두루 챙겨야 하는 수트를 입는 것일까. 군복으로부터 진화한 특성이나 근대 영국 귀족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도 유추되지만, 매우 현실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수트만큼 남자의 체형을 입체적으로 보정해주는 옷이 없기 때문이다. 니트나 티셔츠는 현실의 몸을 그대로 드러낼 뿐, 무언가를 개선한다는 미덕이 없다. 하지만 수트는 다른 변화 없이 오직 복장을 통해서 키가 커 보이도록 혹은 더 슬림해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현대의 마법이다.
    수트는 남자의 두 번째 피부
    수트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수트가 남자의 또 다른 피부와 같아야 한다는 본질을 생각하면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의 종류나 가격표보다는 결국 얼마나 인체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가 우선 순위가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유서 깊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그것을 입는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으면 도리가 없는 일이며, 럭셔리 매장에서 당당한 위용을 뿜어내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 브랜드라 하더라도 남자의 모든 체형에 만능인 것도 아니다. 특히 옷이나 액세서리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브랜드의 네임 밸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지만, 남성들은 오히려 브랜드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정한 브랜드가 제시하는 정형화된 실루엣보다는 자신의 신체 비율이나 체형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옷을 잘 입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트는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감싸는지, 그러면서도 내 신체적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주는지를 따져서 구입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트의 디테일들을 차분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생각해야 할 중요한 디테일, 어깨
    수트의 품질에서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어깨다. 어깨의 맞음새는 수트를 입은 사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며, 옷을 입은 후 움직임이 가장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수트의 착용감 역시 그곳에 답이 있다. 실제 어깨보다 수트가 크면 백퍼센트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모습이거나 혹은 머리가 비율에 맞지 않게 작아 보일 것이다. 반대로 어깨가 너무 좁으면 움직임도 불편하지만 공연히 머리가 더 커 보이게 마련이다. 이처럼 어깨는 착용감과 분위기가 동시에 피드백 되는 지점인 것이다. 그러므로 수트의 암홀(armhole, 어깨와 소매가 닿는 곳의 폭과 넓이)은 특정 수트의 평균적인 퀄리티를 그대로 보여주는 기준이다. 잘 만들어진 수트의 암홀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몸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기능하며, 가능한 겨드랑이에 가깝도록 높게 위치하고 있다. 사람은 매장의 마네킹처럼 옷을 입고서 가만히 서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착용감이란 수트를 걸쳐보는 그 순간이 아니라, 입은 후 팔을 움직여보면서 비로서 느끼게 된다. 이 때 암홀이 높게 위치하고 있다면 팔을 움직여도 재킷의 몸판이 따라서 휘둘리지 않는다. 반대로 암홀이 넓고 낮게 만들진 재킷이라면 팔을 넣을 땐 쉬울지 모르지만, 움직이기만 하면 재킷의 서로 다른 부분들이 간섭하면서 몸을 구속하게 된다. 브랜드나 디테일의 화려한 모습에 속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몰랐던 라펠의 가치
    수트 버튼조차 유행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지만, 목까지 모두 잠그는 제복의 버튼이 점점 줄어들면서 현대적인 수트가 만들어진 역사를 생각한다면, 왜 유럽인들이 3버튼 수트를 선호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2버튼 수트를 즐기는 미국 복식이든 3버튼을 고집하는 유럽 복식이든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중요한 것은 3버튼 수트가 복식사에서 먼저 탄생했고, 그것이 클래식 수트의 본질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품질이 좋은 3버튼 수트라면 3개의 버튼 중에서 중간 버튼만 잠그면서 입는데, 첫 번째 버튼을 둘러싼 부분의 라펠(lapel, 앞몸판과 깃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접혀진 채 젖혀진 부분)은 자연스럽게 휘어져서 마치 멀리서 보면 2버튼 수트를 입은 듯이 보이게 된다. 그렇게 입체적으로 휘는, 그러면서도 재킷과 함께 안정되게 움직이는 라펠을 만들기 위해서 (수작업이든 기계 작업이든)숙련된 시설과 인력이 필수이기에 결과적으로 그 제품의 가치가 높은 것이다.
    여기서 라펠은 무조건 재킷 몸판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야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수도 있다. 본드로 붙여놓은 듯한 딱딱한 라펠보다는 바람이 불면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듯한 부드러운 라펠이 놓인 수트가 훨씬 편안하고 고급스럽다. 그래서 좋은 맞춤복이나 클래식 브랜드에서는 라펠속에 들어가는 심지를 매우 신경을 쓴다. 일반적으로 좋은 수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면 낙타나 말의 꼬리털을 사용한다. 기성복이라도 라펠을 뒤집어서 윗깃과 아랫깃의 봉제선이 균일하지 않은 바느질이라면 수작업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역시 클래식한 전통을 생각하는 옷일 가능성이 높다. 이 조각은 기성복이 발달하지 않고 물자가 풍부하지 않았던 시절 맞춤복을 제작하던 전통으로서, 혹은 깃이 오래되어 헤졌을 때 다시 재봉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둔 여유분의 의미다.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신뢰의 출발 아니던가.
    더블어 수트나 재킷의 라펠은 필연적으로 착용자의 얼굴이나 체형과의 함수관계다. 큰 라펠이나 좁은 라펠을 개인적으로 좋아할 순 있지만, 자신의 조건과 맞추지 않으면 좋은 옷을 입고도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몸이 아담한 사람이 큰 라펠을 걸치면 더 왜소해 보일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기골이 장대한 사람이 극히 슬림한 라펠을 용맹하게 걸치면 몸이 상상 이상으로 커 보일지도 모른다. 한 가지 덧붙이면 왼쪽 라펠에 있는 작은 구멍은 플라워홀이라고 하며, 파티나 결혼식에서 꽃을 꽂아두는 곳이다. 이곳이 실제로 뚫려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뒤집었을 때도 그 안에 꽃을 고정하는 고리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전통을 지키는 것은 클래식 복식의 기본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