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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생각해보는 남자의 멋
     많은 남성들이 멋이란 일단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입는 것으로 생각한다. 혹은 고급 수트를 맞추고서 바지를 짧게 입으면 무조건 클래식한 것이라고 믿어버리기도 한다. 그런 일도 물론 있지만, 반대로 두 가지가 전혀 상관없는 경우도 있다. 남자의 멋이란 직업이나 재산, 키와 브랜드로 드러나는 게 아니다. 예컨대, 해외 패션쇼에 즐비한 이십 대의 젊고 마른 모델이 입은 최고급 수트는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 자신이 지금 입고 있는 수트를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떄문이다. 오히려 키가 크지 않고 적당히 배도 나왔으며, 인생의 무게가 얼굴에 드리운 우리 주변의 남자가 자신의 체형을 고려해서 입은 옷이 수트의 본질에 가깝다. 클래식한 룩이란 수트나 바지의 어떤 디테일 혹은 따라 하고 싶은 유럽 신사의 정형화된 모습을 말하는 게 아니라, 시대나 유행의 변화에 관계없이 자기 자신이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여러 아이템들을 기획하는 방법론의 문제다. 인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는 가치, 그것이 전통이나 규범에 잘 맞느냐 아니냐, 혹은 좋은 옷이냐 아니냐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수트는 살아있는 사람이 입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을 지배하고 생각하는 이도 바로 우리 자신이어야 한다.


    수트와 오랜 우정을 쌓아가는 방법
    트는 업앤다운이 빠른 애인처럼 대하기보단, 친구처럼 평생 느리게 우정을 쌓으며 입어야 맛이 난다. 마음에 드는 수트 하나를 장만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수트를 오래도록 곁에 두기 위해서는 세심하게 관리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 무조건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길 일이 아니란 말씀이다. 우선, 며칠씩 같은 수트를 입지 않는다. 수트의 소재 역시 섬유이기 때문에, 원래 모양으로 돌아올 시간이 부족하다면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옷의 변형을 막기 위해서 수트 주머니에 뭔가를 넣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가 영국 여황처럼 어찌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을까. 그 대신에 같은 수트를 이틀 연속으로 입지 않는다는 심플한 방침을 정해두면, 수트를 오래도록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매일 스타일링을 조금씩 연습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갖게 된다.
    막 세련된 신선한 옷을 입는 기분은 잘 알지만, 잦은 드라이클리닝은 사실 수트에 해롭다. 보통은 수트를 10~12번쯤 입은 뒤(그러면 한 계절은 충분히 지나간다)
    클리닝 기름을 여러 번 재활용하지 않는 곳에서 드라이클리닝을 하는 게 좋다. 수트를 입은 혹은 후의 구김을 없애고 바지 주름을 다잡기 위해서 스팀 다리미질만으로 충분하다(열 다리미는 울 소재를 망칠 수도 있다. 수트는 원래 군복에서 유래했지만, 그렇다고 말년 병장 군복처럼 번쩍거리게 다리면 안 된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용 면 소재나 리넨 수트는 울보다는 자주 세탁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트는 부드러운 솔을 빠르게 움직이며 먼지와 오염물질을 털어내는 방법으로 관리한다. 수트는 걸기 전에는 주머니를 비워 주름을 방지한다. 이때 바지는 지퍼나 단추를 채워서 집게 옷걸이에 밑단을 끼워 거꾸로 건다. 옷장 속에 수트를 걸때는 공간을 확보해 다른 옷과 닿지 않게 하면 소재가 숨을 쉴 수 있다.


    자신에게 잘 맞도록, 수트를 소화하는 팁들

    수트의 법칙들과 디테일들을 알게 되었어도 여전히 우리들은 수트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몇 벌의 옷으로 수트의 역사를 다 이해한 것처럼 구는 태도는 부질없다. 다른 사람이 입은 수트 브랜드가 뭔지 안다고 해도 굳이 그것을 화제에 올릴 필요는 없다. 아라비아 왕자가 입을 법한 지상 최고의 수트든, 상설 할인점에 걸려 있는 저렴한 제품이든, 수트를 착용하고 있는 남자가 과연 어떤 브랜드를 입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면 그는 성공한 것이다. 수트가 그에게 그만큼 잘 흡수되었다는 표현이니까, 시간을 들여 수트를 맞춰 입는 건 분명 인생의 축복이지만, 때론 비싼 맞춤복 수트가 적절한 가격의 기성복 수트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 수트에 어울리는 드레스 셔츠는 기본적으로 화이트와 블루다. 물론 이 두 가지만 고집할 일은 아니지만, 셔츠 중에서 80퍼센트 정도를 화이트와 블루로 갖추는 건 현명한 투자가 된다.
       ● 수트엔 늘 긴 소매의 드레스 셔츠를 입는다. 반소매 셔츠처럼 우스운 것도 없다. 그 드레스 셔츠 안에(스포츠 할 때나 입는)러닝셔츠를 입는 건 더 말이 안 된다.
      ●  셔츠 깃과 소매 끝은 항상 청결해야 한다. 포켓스퀘어는 장식이기도 하지만, 유사시에는 복장의 청결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셔츠 소매는 약 1.5센치미터쯤 재킷 소매 밖으로 나오게 입는다. 바꾸어 말하면 재킷의 소매가 지나치게 길거나 셔츠가 짧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 수트에는 일반적으로 벨트 혹은 서스펜더를 맨다. 몸에 잘 맞는 바지라고 확인한다면 그냥 입어도 무방하지만.
       ● 벨트 색깔은 블랙 아니면 브라운이 일반적인데, 때로는 수트에 위트를 주는 것처럼 네이비나 그린, 와인색도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 가능하면 구두와 벨트의 색을 비슷한 톤으로 맞추면 더 자연스럽다.
       ● 정장용 벨트를 청바지에 매는 건 웃기지만, 캐주얼용 벨트를 정장에 매는 건 더 큰 농담이다.
       ● 서스펜더를 벨트와 함께 착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속옷을 두개 겹쳐 입는 것과 같다.
       ● 해외로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땐 반드시 수트와 수트케이스를 챙겨 간다. 언제 어느 때 격식과 범절을 갖추어야 하는 유서 깊은 레스토랑에 초대될지 모르니까.
       ● 어떤 의도가 아니라면 수트에 전자시계나 고무 밴드 시계는 고집하지 않는다. 브라운 혹은 블랙 가죽 밴드의 시계가 좋다.
       ●  수트를 완성하는 것은 구두의 품위다. 여성들의 핸드백만큼 구두에 신경을 쓰면 스타일은 한층 높아진다.
       ●  구두를 닦으러 보냈다고 해도 수트 차림에 슬리퍼를 신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더워도 수트 차림에 슬리퍼는 안 된다. 차라리 책상 앞의 석고가 되어 꼼짝을 하지 마라.
       ● 어떤 상황에서도 넥타이 끝을 드레스 셔츠의 가슴 포켓에 구겨 넣으면 안 된다. 거치적거린다면 차라리 풀어라.
       ● 브리프케이스는 비즈니스맨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싸구려 브리프케이스를 들고 다닐 바엔 서류봉투가 낫다.
       ● 양말 색은 가능하면 바지 혹은 구두의 색에 맞춘다. 어떤 설정 때문에 흰 양말을 신는다는 굳이 말리진 않겠지만.
       ● 장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 꽂는 것은 소매치기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대신 머니 클립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 바지는 하나면 충분하다. 졸업 반지는 하나라도 곤란하다.
       ● 지저분한 손톱은 수트까지 싸구려로 전락시킨다.
       ● 자신의 감성과 체험을 정확히게 이해하는 브랜드 하나쯤은 마음속에 새겨 둔다.
       ● 수트를 입었다는 것만으로 신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트를 입을 때는 수트차림에 걸맞은 행동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