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트의 법칙들과 디테일들을 알게 되었어도 여전히 우리들은 수트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몇 벌의 옷으로 수트의 역사를 다 이해한 것처럼 구는 태도는 부질없다. 다른 사람이 입은 수트 브랜드가 뭔지 안다고 해도 굳이 그것을 화제에 올릴 필요는 없다. 아라비아 왕자가 입을 법한 지상 최고의 수트든, 상설 할인점에 걸려 있는 저렴한 제품이든, 수트를 착용하고 있는 남자가 과연 어떤 브랜드를 입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면 그는 성공한 것이다. 수트가 그에게 그만큼 잘 흡수되었다는 표현이니까, 시간을 들여 수트를 맞춰 입는 건 분명 인생의 축복이지만, 때론 비싼 맞춤복 수트가 적절한 가격의 기성복 수트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 수트에 어울리는 드레스 셔츠는 기본적으로 화이트와 블루다. 물론 이 두 가지만 고집할 일은 아니지만, 셔츠 중에서 80퍼센트 정도를 화이트와 블루로 갖추는 건 현명한 투자가 된다.
● 수트엔 늘 긴 소매의 드레스 셔츠를 입는다. 반소매 셔츠처럼 우스운 것도 없다. 그 드레스 셔츠 안에(스포츠 할 때나 입는)러닝셔츠를 입는 건 더 말이 안 된다.
● 셔츠 깃과 소매 끝은 항상 청결해야 한다. 포켓스퀘어는 장식이기도 하지만, 유사시에는 복장의 청결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 셔츠 소매는 약 1.5센치미터쯤 재킷 소매 밖으로 나오게 입는다. 바꾸어 말하면 재킷의 소매가 지나치게 길거나 셔츠가 짧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 수트에는 일반적으로 벨트 혹은 서스펜더를 맨다. 몸에 잘 맞는 바지라고 확인한다면 그냥 입어도 무방하지만.
● 벨트 색깔은 블랙 아니면 브라운이 일반적인데, 때로는 수트에 위트를 주는 것처럼 네이비나 그린, 와인색도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 가능하면 구두와 벨트의 색을 비슷한 톤으로 맞추면 더 자연스럽다.
● 정장용 벨트를 청바지에 매는 건 웃기지만, 캐주얼용 벨트를 정장에 매는 건 더 큰 농담이다.
● 서스펜더를 벨트와 함께 착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속옷을 두개 겹쳐 입는 것과 같다.
● 해외로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땐 반드시 수트와 수트케이스를 챙겨 간다. 언제 어느 때 격식과 범절을 갖추어야 하는 유서 깊은 레스토랑에 초대될지 모르니까.
● 어떤 의도가 아니라면 수트에 전자시계나 고무 밴드 시계는 고집하지 않는다. 브라운 혹은 블랙 가죽 밴드의 시계가 좋다.
● 수트를 완성하는 것은 구두의 품위다. 여성들의 핸드백만큼 구두에 신경을 쓰면 스타일은 한층 높아진다.
● 구두를 닦으러 보냈다고 해도 수트 차림에 슬리퍼를 신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더워도 수트 차림에 슬리퍼는 안 된다. 차라리 책상 앞의 석고가 되어 꼼짝을 하지 마라.
● 어떤 상황에서도 넥타이 끝을 드레스 셔츠의 가슴 포켓에 구겨 넣으면 안 된다. 거치적거린다면 차라리 풀어라.
● 브리프케이스는 비즈니스맨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싸구려 브리프케이스를 들고 다닐 바엔 서류봉투가 낫다.
● 양말 색은 가능하면 바지 혹은 구두의 색에 맞춘다. 어떤 설정 때문에 흰 양말을 신는다는 굳이 말리진 않겠지만.
● 장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 꽂는 것은 소매치기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대신 머니 클립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 바지는 하나면 충분하다. 졸업 반지는 하나라도 곤란하다.
● 지저분한 손톱은 수트까지 싸구려로 전락시킨다.
● 자신의 감성과 체험을 정확히게 이해하는 브랜드 하나쯤은 마음속에 새겨 둔다.
● 수트를 입었다는 것만으로 신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트를 입을 때는 수트차림에 걸맞은 행동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