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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목에서 빛나는 지성의 향기
    남자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그들의 관심을 압축해 소유욕을 폭발시키며 은행 잔고를 마르게 하는 물건은 시대마다 달랐다.
    선진국의 트렌드와 국내 트렌드 간의 시간차를 어느 정도 감안한다면, 미래에 이 나라 남자들을 폭발적으로 충동질할 물건은 시계가 틀림없다.시계는 독특한 자기표현을 넘어서 남자가 바라보는 작은 우주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한때 남자들은 시계를 무시했다. 시계를 가져본 적도, 시간을 알려주는 다른 물건을 가져본 적도, 몇 시인지 궁금했던 적도 없다고 말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진정한 신사라면 시간의 흐름에 연연하지 않고, 시간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품위 없는 일이라고, 따라서 시계를 저속한 물건으로 여기던 빅토리아 시대의 남자들처럼, 한때 실용적인 주머니 시계가 사회적인 성공의 상징이 되기도 했지만, 당시의 주머니 시계는 1차 세계대전 때 군인들이 참호에서 꺼내 보기엔 정말 불편한 도구였다. 전에는 여자의 장식품으로 여겨지던 손목시계를 남자가 차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특별한 목적을 위한 최조의 손목시계는 루이 카르띠에(Louis Cartier,파리의 보석 판매회사이자 세계적인 브랜드인 카르띠에를 세웠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브라질 출신의 친구이자 비행 조종사인 산토스-듀몽을 위해 디자인했다는 시계가 바로 그것이다(산토스는 매번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조종 장치에서 손을 떼는 걸 무척 불편해 했다.) 까르띠에 산토스 시계는 요즘도 나오지만 처음 디자인과는 많이 달라졌다. 한편 1917년 제작되었던 카르띠에 탱크 시계는 오리지널 디자인 그대로 클래식이 되었다. 탱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모방된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후 손목기계에 획기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기엔 다양한 이야기와 시간의 흐름이 있다. 1930년에 출시된 롤렉스 페페추얼은 손목을 움직이기만 해도 저절로 태엽이 감기는 최초의 시계로, 오랫동안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1957년에는 최초의 성공적인 전자시계 해밀턴 500A가 등장했다.

    물론 수트를 입은 남자에게 잘 어울리는 시계는 브라운 혹은 블랙 가죽 스트랩 시계이다. 과거에는 연미복에 회중시계를 차는 것이 예의였지만 야회복이나 예복에 가느다란 손목시계를 차는 것도 괜찮았다. 피아트 자동차 회사의 사장이자 이탈리아의 패션 아이콘이었던 지아니 아넬리는 특이하게도 시계를 소매 커프스 위에 찼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부자연스러웠겠지만, 그에겐 고급스럽고 색다른 스타일의 하나일 뿐이었다.

    남자가 주얼리를 착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저항감은 아직도 존재한다. 하지만 시계는 그런 위험 없이 남자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감식력을 시험하면서, 오브제에 대한 취향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다. 자동차가 '힘'과 '열정'을 상징한다면 시계는 '지성'과 '예술적 안목'을 보여준다는 것이 남성들의 오랜 믿음이다. 여성시예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보석이라면, 남성시계에서 중요한 것은 '기계'의 정교함이다. 이것은 수트로 치면 소재에 해당할 만큼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남성시계 소비자들은 유명한 주얼리나 세계적 패션 브랜드보다 시계 하나만 만들어 온 스위스 국적의 장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다.
    #Noblesse_남자의취향 인터뷰#알란스 남훈 대표
    남자가 시계를 고르는 방법
    시계는 역사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 오래도록 간직했던 시계(아버지라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전해 받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그의 삶과 오래도록 함께한 시간의 흔적이며, 묵묵히 남자의 성장을 지켜본 누군가의 마음이다. 그래서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이기 이전에 남자의 숙명적인 친구라고 불리는 것이다. 옷차림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남자들도, 셔츠와 구두보다 술자리에 더욱 관심이 많은 남자들도 시계만큼은 결국 좋은 것을 선호한다. 남자들에게 옷을 차려 입는다는 행위는 겉으로 드러나기 쉽고 어쩐지 마음에 부담도 되지만, 셔츠의 소매끝에서 보일 듯 말 듯 미묘하게 존재하는 시계는 특별히 튀지 않으면서 품격을 상징하는 코드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소유하는 이 시점에도 한국 사회의 결혼 예물로서 시계는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물론 이 세상에는 별처럼 많은 시계들이 있겠지만, 좋은 시계를 판단하는 기준이 오로지 브랜드의 역사나 가격만은 아니다. 우리는 시간을 끊임없이 궁금해 하는 강박적인 사암도 아니고, 반대로 시계 그 자체를 종교처럼 숭상하는 이도 아니니까, 그렇게 브랜드나 지명도에 의해서 시계를 선택하는 건 자신만의 경험에의한 것이 아니라 귀로 고르는 것이다. 당연히 사람과 시계를 함께 연관지어 온전한 모습을 완성한다는 느낌보단 고가의 제춤이나 두드러지는 액세사리를 착용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다만 절대적으로 좋은 시계란 없지만 시계의 선택은 남자의 교양과 취향을 깊은 수준까지 드러내주는 솔직하고 개인적인 역사책일 수는 있다.